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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낙인 레미콘

기사승인 25-10-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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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품질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건설현장에서 이른바 ‘낙인 레미콘’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불량 판정을 받은 레미콘 업체가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레미콘 품질관리 방식과 업계 관행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낙인(烙印)이란 불에 달군 쇠붙이로 표식을 찍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로 목재나 가죽에 사용되지만, 과거에는 형벌로 죄인의 신체에 찍어 지워지지 않는 불명예를 남기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언급되는 ‘낙인 레미콘’ 역시 한 번 불량 판정을 받으면 거래가 끊기고 업계 전반에 부정적 평판이 확산되는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레미콘 품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와우아파트 붕괴, 우암 상가아파트 화재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광주 지역 아파트 슬래브 및 외벽 붕괴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품질 확보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현장에서는 기존과 다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9월 11일 대한경제가 보도한 '건설현장 콘크리트 품질관리 강화…레미콘 업계 ‘불량업체’ 낙인 긴장' 기사가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국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레미콘 불시 점검을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 반입 제한이나 퇴출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에서는 타설 현장의 콘크리트와 공시체를 가져가 실시한 시험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사례도 있다며, 지나치게 엄격한 조치라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와 레미콘사 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대한경제 캡처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 시공 중이던 건설물에서 구조체 코어를 채취해 압축강도를 시험한 결과, 허용 기준에 미달해 해당 구조물을 해체하고 재시공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구조물에 레미콘을 납품한 업체는 인수검사 당시 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납품된 레미콘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며, 가수 관리나 다짐 불량 등 시공 과정상의 결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만연한 이른바 ‘시험차’ 관행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건설사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부족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해당 건설사는 해당 레미콘 업체의 추가 납품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로 인해 해당 레미콘 업체는 물량 확보는 물론 지역 건설사들 사이에서 ‘불량 레미콘’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결과를 맞게 됐다.

이 같은 사례는 그동안 공시체 시험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고, 실제 타설된 구조체의 품질 검사는 소홀히 해왔던 관행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주자나 감리·감독 기관이 구조체 강도 자체에 관심을 갖고 직접 검사에 나서면서, 건설사와 레미콘사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구조체 강도 미달 시 해체 및 재시공 사례가 늘어날 경우, 건설사와 레미콘사 모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후 철거보다는 사전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레미콘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가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계된 압축강도가 실제 구조체에서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수령하는 한편, 미리 정해진 ‘시험차’가 아닌 무작위 차량을 대상으로 인수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물 안전 확보와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나아가 건설산업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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