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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성’의 도돌이표와 기시감

기사승인 26-06-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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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사관학교 통합의 신속·과감한 추진’ 주문

사관학교 본질…일반전문가<특수전문가→경제<군사 전략적 접근이 필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신속·과감한 추진’ 기조에 따라 ‘국군사관대학교(가칭)·사관학교 통합’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계획보다 실제 집행이 잘돼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음을 밝혔다.

국정기획위원회 산하의 ‘사관학교교육개혁분과위원회’는 △고도의 전문성과 적응력 △신속한 대응력과 합동성 △우리 군 주도의 작전 수행 능력 확보 △헌법·민주주의 가치 내면화 등을 위해 각 군 사관학교의 교육체계 개혁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지방 주도 성장’과 시대적 변화, 육·해·공군의 경계를 허무는 초연결·복합적인 현대전 양상에 부응하려면, 군의 체질 개선과 합동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22일 ‘육·해·공군사관학교(이하 육·해·공사교) 통합 TF(이하 TF)’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TF는 국방정책실 소속으로 공식 명칭은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이다. 올해 내에 사관학교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정책과제(사관학교 통합 추진방안)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TF를 신설해 또 다른 반발을 초래했다.

국방부 문건(국군사관학교 설립 전담 자율기구 신설계획 보고)에 의하면, ‘자율기구 제도’로 정책기획관실 내에 신설한 전담팀(TF)은 연말까지 우선 운영하고, ‘범(凡)정부추진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창설 로드맵과 근거 법령 마련 △교과 과정 설계와 교육·선발체계 구축 △시설 사업 추진 △군 내외부 협력을 총괄하게 된다.

‘자율기구 제도’는 ‘긴급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처에서 최장 1년간 자율적으로 설치·운용이 가능하며, 과장급이 지휘하는 임시 조직’이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국방부는 인공지능(AI)과 무인 전투체계 중심의 미래 다영역작전(MDO)에 대비하고, 군의 ‘합동성’을 극대화하고자 사관학교 1·2학년은 ‘기초 소양(통합)’을, 3·4학년은 각 군에서 ‘전문 교육(분리)’으로 진행하는 ‘2+2 네트워크형 통합’을 구상하고 있다.

‘2+2 네트워크형 통합’ 방식은 ‘국군사관대학교를 종합대(University) 개념으로 하고, 현재의 육·해·공사교는 단과대학(College) 또는 분교(Branch School) 개념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며, 2008년도에 이미 제시됐던 개념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실은 사관학교(4년) 과정이 전술 지식 습득에만 필요한 기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관학교마다 축적돼있는 고유 역사(전통)와 ‘전장 도메인(Domain)’에서 생존 및 승리하는 데 필요한 ‘전사적 정체성(identity of the warrior)’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세 가지 측면에서 ‘사관학교 통합’의 본질을 되짚어야 하지 않나 싶다.

첫째, ‘합동성’ 추구가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타당한지에 관한 여부로서 다영역 작전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事案)이다.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타 사관학교에 대한 이해 증진과 대인관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속된 군종(軍種)과 사관학교 고유의 정체성 확립은 건너뛴 채 다른 사관학교에 적응 및 교류해야 한다. 이는 사관학교의 존재 이유 및 본질과 다르기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강력한 ‘물리적 통합’ 추진이 ‘개혁 속도’는 충족하겠지만, 정작 군사적 위기 발생 시 요구되는 미래 전장의 적합·적응성, 양성 교육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데 필요한 ‘방향성’은 모호해지게 된다.

미군이 육·해·공사교를 분리한 배경은 어떠한 전장 환경에서도 적응하기 위한 능력(역량)을 배양시키기 위함이다. 미군은 웨스트포인트(육사교)의 ‘강인한 야전성’, 아나폴리스(해사교)의 ‘전통적인 명예 정신’, 에어포스 아카데미(공사교)의 ‘첨단 기술 지향성’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통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군은 1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86년부터 사관학교를 통합한 다음에도 후속 교육과 실무를 연계하고 있다. 즉, 물리적 통합과 조직·인사·운영 체계를 패키지로 묶었다. 영·프·독일은 각 군 사관학교와 교육 체계를 분리해 고유의 정체성과 전장 적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공통분모는 ‘통합(integration)’이 아닌 ‘전문·정체성 향상’에 뒀다. ‘합동성’이 ‘시작단계(Initial stage, 양병·養兵의 술·術)’가 아니라 ‘숙련 단계(Advanced stage, 용병·用兵의 술)’에서 필요하다는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해당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군사교리의 발전과 실질적인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을 바꾸려면, 군 지휘관을 대상으로 미래전 및 첨단 무기체계와 관련한 재교육은 필수적이다”는 언급에서도 현실을 되짚을 수 있다. 미래전에 필요한 역량·합동성은 최소한 영관급 이상 지휘관들의 보수 교육 또는 야전 지휘체계의 통·융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2011년 ‘국방개혁 307’에 따라 육·해·공군 대학을 통합 및 합동군사대학교를 설립했다. 정규교육 시간(48주)의 30%는 ‘합동 교육(통합)’을, 70%는 각 군 대학에서 ‘전문 교육(분리)’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9년 만인 2020년 다시 각 군 참모총장 직할로 환원되어 지금은 조직만 남아있다.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해 ‘합동성’이 증진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조직학적 측면에서도 적절한 경쟁 구도는 혁신·발전을 유도하는 강력한 기제(機制)다. 육·해·공사교가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에 기반해 ‘최고의 장교를 양성’하는 경쟁 구도는 우리 군의 질적 향상을 견인해 온 원동력이며, 일부의 일탈에도 오염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국군사관대학교(가칭)’를 신설해 ‘2+2 네트워크형 통합’을 채택했을 때 ‘효율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다. 다시 말해 초급 간부 획득 환경(체계)에 미칠 영향과 ‘전장 환경의 특수성’, ‘전장 도메인 전문가’ 양성이라는 본질을 충족할 수 있는지다.

사관학교 교육은 일반교양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장교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돼야 하기에 1·2학년은 군인·장교화 교육이 핵심이다. 그러함에도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2+2 네트워크형 통합’ 방식을 추진한다면, 특정한 영역(육·해·공군)의 ‘특수전문가(이하 Specialist·스페셜리스트)’ 양성과 ‘합동성’을 증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 전문가(이하 Generalist·제네럴리스트)’는 양산할 수 있으나, 깊은 통찰력을 겸비한 스페셜리스트를 배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군사적 기초가 부실하면, 전장에서 우수한 전문 기량을 발휘할 수 없음은 상식이다. 일반 대학교와 전문 요리학교에 왜! 다양한 과정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전문 요리학교는 한·양·일·중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의 특성과 본질에 충실하기에 명장(名匠)을 배출하는 선순환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임관한 초기부터 ‘합동성’이 꼭 필요하다면, 임관 시 장기복무자로 구상하는 육군3사관학교(3사교)와 학군(ROTC)·학사 장교 등도 ‘2+2 네트워크형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귀결될 수 있다. 육·해·공사교의 통합만을 고집한다면, 논리·합리적 측면에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군은 사관학교와 교육기관에서 정체성을 확립한 초급장교들이 야전을 거쳐 중견 간부가 됐을 때 합동참모대학(JFSC)·국방대학교(NDU) 등에서 합동 교육을 진행한다.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가 자신들의 악기를 완벽히 숙달한 다음 오케스트라 협연을 통해 하모니를 완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우리 군도 각 영역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서 상호 존중하며, 협업할 때 진정한 시너지(synergy)를 낼 수 있다.

셋째, 국군사관대학교(가칭) 신설에 따른 중복 투자 및 이중 예산 부담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효율성, 교육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다.

통합 교육을 하려면, 신규 캠퍼스를 조성해야 하기에 막대한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다. 정부 정책상 새롭게 이전할 육사교 부지(①3사교 ②전남 장성 ③대전 자운대)는 지방 도시다. 3·4학년은 전문 교육을 위해 기존의 해·공사교 인프라(진해·청주)와 지원 병력 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즉, 중복 투자와 이중 예산 추가 부담 등을 피하기가 어렵다.

지난달 27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육사교를 방문해 “(사관학교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와 국방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군사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국가 안보 관련 조직의 변화는 경제 논리보다 군사 전략적(임무 수행 능력·특수성) 측면이 우선돼야 해서다. 지방에서 우수 인재 다수를 흡수한다지만, ‘지방’이란 자체가 지원 동기(motivation)와 제도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또한, △우수한 AI·첨단 국방기술 전문가들이 지방 소재 사관학교 교수로 지원할 가능성은, △민간 교수 요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무원 보수 체계를 감수하며, 헌신할 거라고 믿는 이유는, △사관학교 교수 직위를 ‘인 서울(in Seoul)’하기 위한 스펙(Spec) 쌓기용 발판으로 이용할 요인 등이 통합 교육의 질적 저하를 불가피하게 한다. 더욱이 우수한 교수 확보는 교육시스템 변화가 아니라 처우 개선·예산 투자가 필요한 사안이다. 결국, 미래 전장을 지배할 ‘엘리트 육성과 합동성 증진’이란 목적을 달성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소형모듈원전(SMR)·AI·무인 전투체계 등을 비롯한 첨단 미래전력 구축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사관학교 통합’이 ‘합동성과 효율성’을 증대할 개혁적 논제(agenda)라지만, 이를 명분으로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지양돼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이 생도 규모가 작아서라거나, ‘합동성 증진’, 일반 대학교의 커리큘럼과 유사한 제네럴리스트를 양산하는 방식은 시대적 요구와 부합하지 않기에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학령인구의 감소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비군사적 인식보다 군종별 스페셜리스트를 양성(육성)하는 본질과 함께 ‘군 구조와 군사 전략의 방향성’부터 설정하고, 양성 교육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 확증편향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을 간과할 경우, 국민 불신과 더불어 국가 안보(군사적 대응)의 기반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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