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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건설사·운송업자 사이 낀 레미콘업계 ‘사면초가’

기사승인 26-08-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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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는 경기 악화를 이유로 레미콘 납품단가 인하 또는 동결을 요구하는 반면 운송 차주는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레미콘 제조사가 양쪽 사이에서 원가 상승분을 떠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운송 차주들의 집단행동으로 며칠간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서 건설현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 사태를 해결했지만, 일시적인 봉합에 그칠 경우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레미콘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다.

국내 레미콘 운송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입제에 기반한 특수고용직 구조다. 외국 레미콘사의 경우 레미콘 운반기사가 레미콘사의 직원인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레미콘 운반차량이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된다.

지입차량은 한 대 한 대가 사업자인 셈이다. 과거 시급제 운영에서 발생했던 운반 문제와 노조의 단체행동에 따른 어려움 등에 대한 대안으로 레미콘사에 속해 있던 차량을 독립시켜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하게 된 것이 지입제의 출발점이다.

이렇게 되면서 레미콘 운반업자는 품질에는 관심이 적고 차량 유지에 더 힘쓰는 구조가 됐으며, 회수수가 다량 발생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와 노조원으로서의 이점만 누리는 독특한 구조라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국가가 통제하는 제도가 더해졌다. 2009년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시행 이후 콘크리트 믹서트럭 신규 등록이 제한되면서 경쟁이 차단됐고, 이후 운송사업자 단체가 조직화되면서 집단협상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구조가 결국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운송카르텔’이나 다름없게 됐다는 것이 레미콘업계의 주장이다.
 
 
사진=한천구
 
 
최저가 경쟁에 내몰린 레미콘업계

레미콘사와 건설사 간 거래 구조 역시 레미콘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다. 일본의 경우 공동판매제도, 일명 공판제도를 운영해 지역 단위로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정착시키고 가격은 확보하면서 품질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무한경쟁 속에서 최저가를 요구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가격 문제를 논의할 경우 불법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업체들이 가격 문제를 논의하기도 쉽지 않다.

레미콘사는 생존경쟁에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덤핑에 나서거나 건설사에 불합리한 로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제대로 된 비용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레미콘사가 경영난에 빠지거나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반복되는 운반비 갈등…객관적 기준 필요

레미콘업계가 요구하는 첫 번째 개선책은 운반비 산정 방식의 개선이다. 매년 극한 대치 끝에 운반비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가·물가·가동률 등을 반영한 객관적인 기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믹서트럭 증차 제한 문제의 재검토다. 대체 운송수단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증차 제한을 완화해 공급망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제조사와 운송 차주, 건설사 사이의 비용 분담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특정 주체에게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비용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다.

지입제 보완해 품질 중심으로 전환

이와 함께 레미콘 운송체계를 품질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도 제시된다. 레미콘 운반차량의 지입제를 직영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도로 전환해 가능한 한 레미콘 운반차량을 공장 소속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운반기사가 레미콘 품질에 관심을 갖게 되면 가수 방지 등 품질 향상에 노력할 수 있고, 슬럼프·공기량·염화물 시험과 강도시험용 공시체 제작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레미콘 출하 후 공장으로 돌아온 차량의 드럼 내부를 하루 2번 정도 세척하면 회수수 발생을 줄이는 등 효율화도 가능하다는 제안이다.

일본식 공동판매제도 도입도 대안

일본과 같은 공동판매제도의 도입도 해묵은 과제지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필요한 만큼 비용을 지급하고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과도한 경쟁에 따른 덤핑과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현장에는 가장 인근의 레미콘사가, 한 개의 공구에는 한 개의 레미콘사가 타설하는 구조를 만들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레미콘 운송거리가 줄어들면서 운반비를 낮출 수 있고, 장거리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과 매연, 교통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가격보다 원칙과 품질에 무게 둬야

레미콘업계가 건설사와 운송사업자 사이에서 반복되는 ‘사면초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운반비를 둘러싼 매년의 힘겨루기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유가·물가·가동률 등을 반영한 객관적인 운반비 기준을 마련하고, 믹서트럭 증차 제한을 재검토하는 한편 제조사·운송 차주·건설사 간 비용 분담 구조도 다시 살펴야 한다.

여기에 레미콘 운송차량의 지입제를 보완해 품질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일본식 공동판매제도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칙적인 경쟁보다 원칙에 충실하고 무엇보다 레미콘 품질을 우선하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적정한 비용과 적정이윤을 보장하면서 품질을 중심에 둔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레미콘업계의 반복되는 갈등도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핵심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경제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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