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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6·25전쟁 직전 ‘애치슨 라인’ 결정 과정의 데자뷰

기사승인 25-03-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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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국방 잠정전략 지침> 대만 침공 억제 차 다른 전장 위험 감수

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 2025'…한국군 자체적 대북 억제 및 방어역량 요구

韓, 美 대중(對中) 전략 변화…상호 이익 관계의 정립, 자강(自彊) 노력 필요


美 국방부가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위해 전 세계 미군을 재편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졌다. 미국이 대중(對中) 전략에 집중할 때 억제력 발휘가 제한될 경우, 북·러·이란에 대한 억제를 동아시아·유럽·중동 지역의 동맹국들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한 美 국방부의 <국방 잠정 전략지침(이하 전략지침)>에 의하면,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에 대비 및 승리하기 위한 내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구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총 9쪽 분량의 전략지침은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위협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미국의 최대 위협국가였다. 그러나 이번 전략지침이 모든 위협에 앞서 우선돼야 할 ‘유일한 동기부여 시나리오’로 못을 박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국무부가 제시한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억제 및 본토 방어에 전념하고자 “다른 전장에서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데 있다.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력·자원에 한계가 생기면, 동아시아·유럽·중동 지역의 동맹국들이 북한, 러시아, 이란 등을 억제하게 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도 압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서다.
 
 
그래픽=김성진 기자
 
 
이를 통해 미국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 둔다는 방향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견제에 집중할 때 취약해질 러·북·이란 등에 대한 위협을 해당 동맹국이 책임지라는 의미여서다. 전문가들은 방위전략 재설정이 동맹에 대한 책임분담 압박과 연계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푸틴과 우크라이나 종전(終戰)을 협상하며,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는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 중국에는 대만 침공 억제를 강조하면서도 대만 정부엔 ‘방위비의 획기적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 책임 덧씌우기는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있는 동아시아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1949년 8월 美 국무부는 일본의 강압적 통치에서 해방된 한반도의 가치를 평가했다. 국무부의 요청으로 <극동정책 각서>를 작성한 오언 래티모어는 남한에 대한 미국의 지원 필요성(5위), 안보 중요성(15위)을 낮게 평가하며, “남한은 미국의 이익과 정책추진 차원에서 자산이기보다 부채이기에 깊게 개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냈다. 결국, 미국은 일본만 방어해도 국익 추구에 손해될 게 없다고 판단해 한국을 ‘애치슨 라인’에서 제외했지만, 결국 다시 한반도에 개입했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혈맹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이하 트럼프)는 출범하기 이전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지 않으면, 철수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인사들은 “북한의 재래식 도발은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한국군의 대북 방어 전담론’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들의 속내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부담,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중(對中) 전략에 따라 재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판단과 대처가 늦어 제대로 된 대응(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탓임도 부정하기 어렵다.

美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작성한 ‘트럼프 정권 인수계획(프로젝트 2025)’ 중 ‘우선순위의 필수성(The Prioritization Imperative)’ 항목에 이번 전략지침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알렉산더 벨레즈그린 前 국방부 정책차관 직무대행은 당시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미국 본토 방어 강화, 동맹국 분담금 확대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상의 방법은 한국이 북한 침략을 억제 및 방어하는 역할을 주도하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렇게 해야만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깊은 갈등에 휘말려도 한국이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인-태 지역에서의 안보 부담 분담 주제 공청회’에서 미군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은 과거 유산으로 “많은 동맹국이 50년 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분담할 능력이 가졌다”하면서도 “어떤 변화도 동맹국을 놀라게 하지 않아야 하며, 미국과 달리 의회 비준이 필요한 동맹국엔 비용 분담 문제를 설득할 정치적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CNN·NBC 방송은 미군이 전투사령부를 통합 및 축소(6개→4개)하고, 주일미군과의 통합사령부 증강 계획을 중단했으며, 지난 75년간 겸임하던 유럽 NATO 최고사령관 직책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여부에 따라 포기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내용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전투사령부 통합이 통제·작전 영역의 확대로 이어지게 되고, 지휘부의 폐쇄는 다양한 군사·정치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오늘을 통해 국제관계와 정치 환경이 ‘동맹이라도 일방적인 의존은 오히려 치명적인 급소’가 되는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안보’도 거래 관계로 접근하는 트럼프의 인식에 국제질서·국제관계의 상식적 원칙과 기준은 무너졌고, 한반도는 주된 표적이 되었다. 트럼프는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손해 보는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을 콕 집었고, “한국을 군사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2개 이상의 전쟁에 대비하는 절대 능력’을 보유한 약소국의 후견자(친구)로 신뢰받던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자 패권국(미국)은 이제 찾기 어렵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자국 우선주의와 영토 팽창을 위해 경쟁·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는다. 표적으로 삼은 국가에 ‘안보를 빌미로 강압(강권)하는 이기적인 안보·경제 패권국’만이 있을 뿐이다. 트럼프와 거래하려면, 명확한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임을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 한다. 지정학·전략적 가치를 명확히 부각하되, 처절한 자강(自强)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한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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