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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과 겁박, 결기와 결단의 틈새

기사승인 26-10-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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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반하장식 위협 증가…대남 확성기, 전술적 대응수단 추가 배치 예고

정부: 정무적 판단과 묵언(默言) 수행→정쟁(政爭) 확산으로 대응노력 분산

군: ‘DMZ 주도권 강화작전’ 시행→군사적 위협 고조+‘UN사’와의 공조 지체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내 남방한계선(SLL) 이남 지역에서 지뢰 폭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사격을 문제 삼아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전협정 위반’ 사안을 UN 안전보장이사회(UN 안보리)에 공식 제기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하 김여정)이 대(對)한국(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새로운 대응 수단을 대기시키겠다고 위협하며, 추가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의하면,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전(全)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 수단들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남 확성기들은 수일 안에 대기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며, 새로운 화력 부대의 사격 진지 배치와 추가된 군사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지난 19일 대남 확성기 가동을 거론하고도 이번엔 ‘대기 상태’로 표현했다. 그리곤 대남 확성기 방송을 언제 시작할지, 새로운 군사 대응 수단이 무엇인지에 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겠다며,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령내(領內)에서 국경 영구화 공사는 어김없이 성과적으로 계속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경 요새화 작업이 완료되면,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며, 상호 충돌 방지를 위함이라고 하지만, 자가당착·자기 편향적 사고에 젖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24년 4월부터 매설된 북한군 지뢰는 약 100만여 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은 2024년 이후 군사분계선(MDL) 이북에 96만 발의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매설을 시작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에 착수한 시점부터 지뢰를 매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경우, 하루에 1000발 이상을 매설했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김성진
 
 
국방부는 “우리 군이 MDL 일대에서 실시하는 경고 방송·사격은 북한군의 MDL 침범을 예방하고, 퇴거시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적 조치”이며, “앞으로도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면,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의 분위기도 변화됐음을 느낄 수 있다. △UN 안보리 의장에게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관련 서한을 보내 이사국들의 회람절차가 승인됐고, △합참 지시로 지난 20일부터 ‘DMZ 주도권 강화 작전’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주도권(initiative)’은 ‘전장에서 아군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 아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반 작전을 이끌어나가는 능력 또는 형태’로서 합참이 북한군의 상황 변화와 장병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 감시활동 강화 △대북 확성기와 대북 라디오·TV 방송(자유의 소리·심리전 활동) 재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DMZ 내 신규 수색로 개척과 장비 기동로를 확보하는 등의 작전·전술적 조치 △다목적 경계형 타워와 ‘승하(昇下)형 아트폴 최전방 소초(GP)’ 설치하는 등 감시 공백 최소화를 위한 전력 보강을 추진함과 동시에 △‘제2차 국방 개혁’과 연계된 전력 증강 등도 조기에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김성진
 
 
‘승하형 아트폴 최전방 초소(GP)’는 ‘감시장비를 높은 기둥에 설치한 다음 필요 시 기둥을 아래로 내려 정비할 수 있도록 설치한 감시시설’로서 일반적으론 GP 시설 주변의 감시체계를 보강하기 위한 장비다.

고민스러운 지점은 김여정이 MDL 일대 현장을 방문해 “전(全)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 수단들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갈 것이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때 박정천 국방성 군사고문(북한군 서열 1위)은 “국경선이 어디까지인지 누구보다 우리 군대가 더 잘 알고 있고, 제 땅에서 자기 할 바를 하고 있다”며, “적이 우리 군인들을 향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할 땐 절대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위협함은 북한 군부를 대표한 첫 입장표명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그간 김여정 담화 또는 외무성 성명 등 ‘정치적 관리 차원’에 머무르던 패턴과 엄연히 다른 차원의 위협으로 전환돼서다.

DMZ 내 MDL 일대의 갈등 양상은 북한 측의 군사적 위협 경고 및 겁박과 함께 강(强) 대 강(强)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군이 매설한 ‘수지 반보병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시로 MDL을 침범해 우리 영토에서 ‘국경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는 북한군을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지난 20일 진영승 합참의장은 “북한의 적반하장식 주장을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행위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병사들이 MDL을 수시로 넘어가 공사(工事)를 강행한다면, 북한군이 용인할 수 있겠는지 자문(自問)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방부는 “군의 작전 활동은 북한군의 MDL 침범을 예방하려는 정당하고 방어적인 행위”며, “(북한도) MDL에 대한 상호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국방부는 남북 간 지상 MDL의 명확한 위치를 상호 확인하고, 군 통신선의 복원 및 접경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 방지 방안을 협의할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 당국에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대북 확성기 재설치 및 방송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MDL에 관한 남북 간 입장을 일치시키고, 평화적 관리를 위한 소통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각 기관의 입장에 따라 북한의 위협엔 단호하게 대응하되, MDL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이는 해소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함에도 아쉬운 지점은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는 데만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정부·정치권이 ‘정무적 판단’을 앞세울 수 있다고 해도 군은 오직 적(敵·북한군)만을 바라봐야 한다. 완벽한 경계작전과 국민의 안전 보장을 비롯한 ‘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DMZ 내 긴장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빠르게 완성해 MDL에 대한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목적(이유)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남북관계를 ‘통일 대상’에서 ‘적대적 2 국가’로 확정하고,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빠르게 완성함과 동시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적대 정책 전면 철회’, ‘핵보유국 위상’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북한군은 2024년 초부터 철책·대전차 방어물을 설치하고, 직후방엔 전술 도로(5~6m)를 구축하며, MDL 이남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군의 대응 의지를 위축시키고, 경고 방송·사격을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 군사적 주도권을 가지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둘째, 대한민국(이하 한국)의 ‘대북 유화책’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자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를 먼저 철거했다. 그러나 김여정은 20일부터 22일까지 ‘전술적 타격수단’의 추가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먼저 거론했다. 예전과 달리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에서 주도권이 역전됐다. 이는 북한이 우리의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한 선제적 노력, 군사회담 개최 등 유화적 조치엔 반응하지 않으며, 우리 정부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시험하거나, 압박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셋째, 북한 사회의 내부 결속과 대외 협상력을 높임과 동시에 중·러를 뒷배로 둔 상태에서 전략적 운신의 폭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넷째, 한국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및 대결 구도를 부각함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핵보유국’ 위상을 확보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여정의 역할은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강한 반응을 보일 경우, △한국과의 관계가 아예 단절될 수 있다는 측면 △적대적 관계를 밀어붙여 한반도 정세를 자신이 좌우하려는 전략적 속내가 복합적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유념해야 할 사실은 북한이 양극단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틈새를 헤집고 들어와 혼란과 불안은 가중시키고, 법·물리·심리적 측면과 연계해 국지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쟁(政爭)으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기보다 한마음으로 결집해 국가 존립과 국익을 위한 결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김성진 국방전문 기자 btnk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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