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와 세계유산

입력 : 22.05.25 14:54|박현욱 |댓글 0

우리는 왜 세계유산에 열광하는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 목록은 1,154점(2021년 기준)이며, 한국의 세계유산은 15점이다. 세계유산을 1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총 167개국이며, 이들 중 세계유산을 10건 이상 가지고 있는 나라는 32개국, 가장 많은 세계유산 목록을 가진 나라는 이탈리아로 58점을 등재시켰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이 55점을 등재시켰으며, 일본은 11번째로 25점의 세계유산을 가지고 있다. 세계유산은 1978년을 시작으로 44년 동안 1,154점이 등재되었다. 세계유산 등재 초창기에는 국가별 등재신청 숫자의 제한이 없었으나, 현재는 한 국가가 신청할 수 있는 유산 숫자가 1건으로 제한(2018년 이후)되고, 세계유산센터에서 한해에 심사할 수 있는 등재신청서의 숫자를 35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으로서의 세계유산임과 동시에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등재시킬 수도 없고, 1년에 한번 하나의 유산만 신청 가능하며, 등재 신청을 위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며, 시간을 투여한다고 하여도 그 가치에 대해서는 자문기구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평가를 받는 시스템에 의해 등재되는 것이 세계유산이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는 그 명칭으로 세계유산으로 심의가 불가하며, 등재되어도 지속적으로 그 관리 상태와 가치에 대한 보존, 보호 노력이 지속되는지 모니터링 하며, 문제가 발생시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등재하여 집중 관리하다가 세계유산으로 되돌아가던지 아니면 아예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되는 엄격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로 세계유산인 것이다.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단편적인 사실을 비약시켜 놓았지만, 이 사이 사이와 과정 과정에는 당사국의 노력과 관련 전문가들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 있다. 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네덜란드 물 방어라인(Dutch Water Defence Lines. Fortified town of Gorinchem) 사진=세계유산센터(WHC)
 
 
유네스코(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e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엔의 교육, 과학, 문화기구이다. 반면 유네스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세계 각 나라의 문화유산을 지정하고 인증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유엔은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1945년 51개국이 참여하여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는 190여개 국에 달하는 회원국을 가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가 간 연합체이자 가장 많은 국가가 모이는 다자 회의 기구이다. 유엔의 핵심 목적은 '전쟁 방지를 위한 분쟁 중재', '집단적 안보 체제 확립', 그리고 '기본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이다. 유네스코는 1945년 열린 유네스코 창설 준비위원회에서 37개국 정부대표에 의해 유네스코 헌장이 채택되었으며, 1946년 11월 최초의 유엔 전문 기구로 발족했다. 현재 회원국은 195개국이며, 6개의 준회원국이 있다. 대한민국은 1950년에 가입하였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유네스코의 탄생과 함께 그리고 세계유산협약을 탄생하게 한 오랜 역사와 지구촌 공동의 세계적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법한 이야기이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면, 1950년대 이집트는 전력생산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나일강 유역에 아스완 하이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하였다. 댐 건설에 따라 이집트 아스완 지역과 수단의 누비아 유적(람세스 2세가 세운 아부심벨 대신전과 소신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에 세운 필레 신전 등)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와 수단 정부는 유적을 보호하고자 유네스코에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유네스코는 곧바로 세계적인 누비아 유적 보호 운동을 전개해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운동기간 중 약 8천만달러가 모금되었으며, 약 50개국이 모금에 참여하였다. 이후 1968년 누비아 유적의 핵심인 ‘아부 심벨 사원’이 해체 이전되었으며, 이 일을 계기로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유산을 상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후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인간과 환경(Human Environment)’ 유엔회의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들을 발굴 및 보호, 보존하고자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약칭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하였다. 1975년 스위스가 20번째로 가입서를 기탁하면서 발효된 세계유산협약은 국제사회의 자연, 문화 유산 보호 활동을 선도하며, 유네스코가 제정한 협약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국제협약으로 발전하였으며, 1978년 최초로 12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폴란드의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 세네갈의 고레섬,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이 있다.
 
 
아부 심벨 대신전(Abu Simbel temples) 사진=세계유산센터(WHC)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조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나타내주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세가지 기둥은 등재기준, 진정성과 완전성, 그리고 보존관리이다.

첫 번째 기둥인 등재기준은 모두 10개로 이중에서 하나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면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있다. 10개의 등재기준 중에서 문화유산은 등재기준 (i)부터 (vi)까지 중에서, 자연유산은 등재기준 (vii)에서 (x)중에서 하나만 충족해도 된다. 복합유산 유형으로 등재하려면, 문화유산의 등재기준과 자연유산의 등재기준 중에서 각각 하나 이상 충족해야 가능하다.

두 번째 기둥인 진정성과 완전성을 살펴보면, 진정성이란 세계유산으로 신청하고자 하는 유산의 고유성, 독특성 등을 반영하는 것이다. 완전성은 등재하고자 하는 유산이 주변과의 관계에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완전한 하나의 구성체를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세계유산등재심사를 할 때 완충구역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구역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기둥은 보존관리이다.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존하고 관리하여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세계유산 운영지침의 개정에 따라서 2006년도 등재심의 유산부터 등재신청서에는 보존관리에 관한 부분이 대폭 강화되었다. 보존 및 관리에 관한 내용은 등재 당시의 보존현황 뿐만 아니라 등재이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그러한 계획들이 충분한 법적인 보호를 받는지의 여부, 유산에 미치는 예상되는 자연재해 또는 인공적인 외압적인 요인이 해당 유산에 미치는 영향 및 그 대책까지 다양하게 설명을 해야만 한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이외에도 2가지 더 유산 관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1992년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 MOW)’ 사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총 432건(2017년 기준)이며,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6건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은 1997년 제29차 총회에서 산업화와 지구화 과정에서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자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제도’를 채택하면서 시작되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은 현재 498건(2020년 기준)이며,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은 21건이다.

2022년은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유네스코는 유엔 최초의 전문기구이다. 유엔의 핵심 목적은 '전쟁 방지를 위한 분쟁 중재', '집단적 안보 체제 확립', 그리고 '기본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이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세계유산협약 채택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하면서. 반면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파리에서 열릴 수도 러시아에서 열릴 수도 없다.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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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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