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구의 콘크리트 세상] 공염불이 되지 않게

입력 : 24.08.19 11:51|한천구 |댓글 0

염불(念佛)이란 입으로는 부처님 명호를 외우고(稱), 마음으로는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念)으로, 칭념(稱念)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공염불(空念佛)이란 빈 염불 혹은 헛된 염불의 뜻으로 신심(信心) 없이 입으로만 외는 염불이다. 최근에는 공염불을 ‘말 한대로 실행하지 않는 주장이나 선전’을 가리키는 말로, 혹은 ‘공수표’와 비슷한 의미로도 쓰이고도 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건설공사에 커다란 붕괴사고 등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대책이며 제도적으로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올바른 대책으로 잘 시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이 해결되지 않고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있어, 이번 원고에서는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기온보정강도의 고려’ 문제에 관하여 기술해 본다.

지난 2022년 1월 11일 건설 중이던 광주 화정 아파트가 붕괴 되었다. 즉, 39층인 Pit 층 콘크리트를 동바리가 아닌 가벽으로 무단 설계변경 하여 시공함에 따라 응력이 가벽에 집중되어 최초 타설 층 슬라브가 붕괴 되었는데, 하부 3개층에 받쳐주어야 하는 동바리가 조기 철거되었고, 또한, 저온의 한중 콘크리트 조건임으로 하부 구조체는 강도가 부족하게 됨에 따라 16개 층 아래인 22층 벨트월 부분까지 슬라브와 외벽이 연속붕괴를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중 가벽 설치 문제라든가 동바리 조기 철거 문제는 다른 공사현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상황이므로 논외로 하고, 구조체의 강도 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음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찰해 본다.
 
 
광주 화정 아파트의 각 층별 강도발현 상황으로 겨울철 공사구간이 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국토교통부
 
 
광주의 붕괴된 아파트 각층 별 코어 채취 후 압축강도를 시험한 결과이다. 대다수의 시험체가 설계기준강도의 85% 수준에도 17개 층 중 15개 층이 미달 될 만큼 크게 저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강도 저하 문제는 붕괴를 일으킨 광주 화정 아파트의 문제인가? 광주의 다른 아파트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광주 이외의 우리나라 다른 지역 아파트는 문제가 없을 것인가? 이 문제는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미달 된 양상은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39층 Pit 층이 1월 11일 타설 되었음에 그 이하 몇 개 층은 그림 1과 같이 역 포물선 모양이 되어 10MPa 이상 강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낮은 외기온 임에도 불구하고 기온보정강도를 설계하지도 않았고, 그에 따라 시공도 되지 않았음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기온보정강도의 고려는 이전 원고인 ‘죽었다 살았다’(2024, 5)에서도 기술한 바와 같이 2022년부터 콘크리트표준시방서에 반드시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구조체 콘크리트가 품질기준강도를 확보하도록 하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주처, 설계자 등에 대한 홍보 및 교육 부족으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예산도 잡아주지 않고 있으니 실무 시공에서는 당연히 기온보정강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와 관련한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제도이행 강화 △현 감리제도 개선 △자재 품질관리 개선 △하도급 제도 개선 등의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콘크리트 강도 발휘와 관련한 사항으로는 품질기준강도에 기온보정강도를 플러스한 호칭강도를 반드시 설계에 반영하고, 예산을 잡아주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대부분은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 있지 않으니, 결국 구조체는 강도가 부족한 상태로 변함없는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붕괴사고의 대책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루속히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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