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를 풀자

입력 : 22.09.24 14:08|한천구 |댓글 0

족쇄(足鎖)란 사진과 같이 「죄인의 발목에 채우는 쇠사슬」을 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족쇄의 또 다른 의미로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이는데, 일례로 「사랑하는 애인에게 반지를 선물함으로써 족쇄를 채운다」와 같이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발에 채우는 족쇄가 자유를 제한하여 매우 불편한 것처럼, 실무 레미콘에서도 배합의 획일화 및 배합 변경의 어려움으로 마치 족쇄를 채운 것처럼 작용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음에 본 고에서는 이와 같은 것들의 실상을 고찰하고 개선책을 제안해 본다.

레미콘 산업이란 모래, 자갈 등 골재에 시멘트 및 혼화재료를 넣고 물로 비벼서 만드는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산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1,000여 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레미콘의 배합 및 품질이 모두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각 공장별 레미콘 배합은 공장의 위치, 생산 규모 및 생산 설비에 따라 차이가 있고, 지역별 골재 사정에 따라 원석의 물리, 화학적 성질 및 불순물 함유량 등이 다르며, 사용하는 시멘트, 혼화 재료의 제조회사 및 품질 등에 따라서도 다르다. 특히 레미콘회사 별로는 상주하고 있는 기술인의 기술개발 노력 차이 등에 따라서도 배합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동일한 배합 및 품질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전 「코미디 레미콘」(2022년 6월)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레미콘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지나친 간섭 및 규정으로 말미암아 레미콘 배합을 통일화시키고, 배합변화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족쇄와 같은 규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즉, 한 공구의 아파트 건설공사로 가정하면 건설사는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주변 레미콘의 상황을 파악하고 검토하여 레미콘 공장을 선정하게 된다. 이때 레미콘 공장 선정 시 고려사항은 국가건설기준(KCS 14 20 10)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지만, 대략적으로는 레미콘 사의 규모, 설비 등 생산능력과 관리자의 자격구비 여부, 건설공사 현장까지의 운반 가능 시간 등을 고려하여 주변 공장을 방문한 다음 제반 사항을 확인 및 검토한 후 정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단일 구조물, 동일 공구에 타설하는 콘크리트는 한 개의 레미콘을 정하여 책임지고 양호한 품질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설공사 현장인 경우는 레미콘 8.5 제 시행 등으로 적기에 필요한 레미콘 양을 공급받기 어려움과 지역사회에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등(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레미콘 길들이기, 리베이트 문제 등과도 관련이 있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다수의 공장(많은 경우는 10개 이상)을 정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여러 레미콘 사마다 배합이 다를 수 있는데, 건설사에서는 각 레미콘 사들로부터 콘크리트 배합보고서를 제출받은 다음, 이 자료를 펼쳐놓고 충실치 못한 지식으로 「배합 가이드」라고 하는 가장 안전한 쪽으로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게 된다. 즉 물시멘트비 몇 % 이하, 단위수량 얼마 이하 등인데, 결국 레미콘을 납품하려면 이 가이드를 지켜야 만 납품 배합으로 승인을 받게 된다. 레미콘 간 원자재 조건, 기술 차이 등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배합을 통일시키는 1차적 족쇄인 것이다. 물론 이 가이드를 지키면 매우 큰 강도로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만큼 비용을 책정해 주지 않는 상황이니 결국, 모든 레미콘 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족쇄는 레미콘 사 말뚝에 매어 놓고 이중 프린트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서류상으로만 품질을 내고 실제로는 이상하게 변질된 상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두 번째 족쇄는 상황변화에 따른 배합설계 자료의 변경 곤란 문제이다. 즉, 레미콘 생산 중 골재 산지 변경 등으로 배합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조건에 맞게 배합설계를 진행한 다음 다시 건설사에 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28일 압축강도를 확인하여야 하므로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기본적으로 지나야만 한다. 그러니 그 동안은 원자재 산지 변화를 숨기거나 혹은 동일한 품질로서 동일한 배합인 것처럼 납품하게 된다. 어차피 서류만으로 족쇄인 가이드 규정을 맞추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레미콘 생산에서 해서는 안 되는 건설사의 족쇄와 같은 배합 가이드에 레미콘 사는 이중 프린트와 같은 허위보고로 대응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해결책은 단일 구조물, 동일 공구는 1개의 레미콘 사로부터 전량의 레미콘을 공급받게 하는 국가건설기준의 규정(특별한 경우는 가능한 레미콘 사 수를 적게 하고, 동일성능인 것을 확인받음)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레미콘 사는 최초 승인배합 및 상황변화에 따른 배합변화 시에 배합 가이드라는 건설사의 족쇄를 풀고 좋은 원재료에 올바른 배합설계로 타 레미콘 사와 차별화해가면 원가 절감, 품질 확보 및 미래의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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