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惡循環) 이란 국어사전에 의하면 「나쁜 현상이 자꾸 되풀이 됨」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례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욱 무더워지는 여름에는 냉방기 사용량이 급증하게 되어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등의 설명이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닐지라도 본 고에서는 일부 레미콘 품질관리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악순환의 일례를 소개하고 그 고리를 끊는 해결책을 제안해 본다.
오래전 일이지만 국내 모 레미콘 사장으로부터 우리 대학 졸업예정자 중 품질관리실에 근무할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보수도 그런대로 좋은 편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적절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한 명을 선발하여 취업을 추천하게 되었다. 레미콘 사에서는 매우 급하니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 달라고 하여 우리 대학 졸업예정자는 다음날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 출근 한 다음 날 그 학생이 학교로 되돌아와 연구실로 찾아 왔다. 하루 근무하고 바로 사표를 낸 것이다. 학생에게 어찌하여 그렇게 빨리 그만두게 되었냐고 물어 보았다. 학생의 답은 간단하였다. ‘겁이 나서 근무를 못 하겠다’라고 한다. 즉, 학교에서 배운 실험방법과 너무나 다르게 소위 불합격되지 않게 하는 이상한 방법만을 가르쳐 주는데, 이런 식으로 하여 만약 잘못되면 나중에 형무소를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레미콘의 품질을 다뤄야 하는 기술인은 근무하기 곤란한 상황임으로 그다음은 비전문가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람은 불합격되지 않게 하는 이상한 방법을 표준인 줄 알고 그렇게 배운 후 매일 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그렇게 그렇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이 중소 레미콘 사의 경우는 품질관리실 직원 수조차 부족하여 시간적인 여건도 되지 않으면서 콘크리트의 기본도 잘 모르는 상황이니, 일상적인 품질관리 업무야 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원자재조건 변화 등 상황이 바뀌어 레미콘 품질관리실의 제일 중요한 업무인 콘크리트 배합설계를 수행해야만 할 상황에서는 이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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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결책은 갑을관계에서 을에 해당하는 화학혼화제 납품 회사에게 그 회사의 혼화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배합설계를 부탁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러 레미콘 사를 상대로 혼화제를 공급하다 보니 기술력도 있고, 또한 수요자가 요구하니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혼화제 공급업체에서 배합설계를 도와주는 상황이다 보니 혼화제 위주로 배합설계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작은 강도의 콘크리트는 작은 감수성능의 리그닌계 등과 같은 혼화제(AE감수제)가, 고강도의 콘크리트는 큰 감수성능의 폴리칼본산계(PC계) 등과 같은 혼화제(고성능 AE감수제)가 기본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혼화제 공급업체에서 레미콘사에게 배합설계를 도와주는 것을 보면, 작은 강도의 콘크리트에도 큰 감수성능의 PC계 혹은 준 PC계를 가능한 한 많이 넣고 배합설계를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지나친 유동성이 발휘되어 콘크리트는 굵은골재와 시멘트 모르타르 혹은 시멘트 풀이 나눠지는 재료분리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배합설계자는 이를 막기 위하여 콘크리트 배합 중 전체 골재 중 잔골재가 차지하는 비율(잔골재율; S/a)을 높여 재료분리를 방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콘크리트에서 자갈은 보이지 않고 모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상한 배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규정에 합격하도록 하는 비정상적인 눈속임 품질관리는 전문가를 발붙일 수 없게 만들었고, 전문가가 없으니 배합설계를 할 수 없으므로 갑을관계의 을에게 부탁하다 보니 비경제적이면서 배합 자체가 망가지는 이상한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정상적인 품질관리로 올바른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전문가가 품질관리 업무에 진입할 수 있고, 전문가가 있으면 배합설계도 제 위치를 잡아 경제적이면서 고품질인 레미콘이 생산 및 출하가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속히 효과를 볼수 있는 방법으로는 레미콘 공장에 콘크리트 기사 등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규정화함으로써 그로부터 올바른 품질관리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보수는 충분히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본과 같이 공동판매제도(공판제도)를 도입하면서 지역 단위의 레미콘 조합에 시험 연구 센타를 설립하여 그곳으로부터 자재 품질관리 및 배합설계를 각 레미콘 사에 지원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두 방법 중 하나 만이라도 채택된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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