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균열

입력 : 22.05.20 12:55|한천구 |댓글 0

서로 격이 어울리는 것끼리 짝이 되었을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표현을 쓴다. 콘크리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같은 날 같은 균열」이 발생한 경우가 있어, 본 고에서는 이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전공이 콘크리트 재료이다 보니 레미콘 품질관리실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친절하게 대하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일례로 실무에서 발생하는 이런, 저런 클레임에 소견서를 작성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제안해 주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학자이지만 실무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고, 또한 문제가 되었던 것을 연구의 테마로 삼아 연구하다 보니 필자는 실용적인 면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동안 소견서로 작성해 준 클레임 항목으로는 균열, 이물질 함유, 혼화재료 과다사용, 강도 부족 등 이런저런 수많은 것이 있었지만, 가장 많았던 것은 균열 문제이었다. 균열의 경우에도 침하 균열, 자기수축 균열, 소성수축 균열, 수화열 균열, 건조수축 균열, 하중에 의한 균열, 내구성 균열 등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았던 것은 역시 소성수축 균열이었다.

소성수축 균열이란 물질의 여러 상태를 고체, 소성체, 액체, 기체로 표현할 때 레미콘은 액체상태인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타설하게 되면 형태를 유지하지만 물렁한 소성상태(Plastic)를 거쳐 딱딱하게 굳어지는 고체상태로 변하게 되는데, 소성상태에서 건조의 영향을 받아 수축이 발생하게 된 균열을 말하는 것이다. 즉, 비벼진 콘크리트의 경우 시멘트 입자와 입자 사이에서 물이 존재하며 이 물이 시간 경과에 따라 시멘트와 수화반응을 일으키며 굳어지게 되는데, 타설 후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거의 수화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강도는 발휘되지 않았지만, 외기온, 상대습도, 바람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아 건조가 이루어지면 수축이 발생하여 콘크리트가 찟어지는 균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균열을 소성수축 균열이라고 한다.
 
 
소성수축 균열
 
 
따라서, 이와 같은 균열을 막기 위하여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마르지 않도록 표면을 덮어 주거나 물을 뿌려주는 등 소위 양생(Curing)을 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에 콘크리트가 아닌 흙을 반죽한 경우라도 마르지 않게 하면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은 균열은 레미콘제조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양생을 하지 않은 시공자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와 같은 균열은 레미콘이 모두 책임을 지는 상황이니 아이러니컬 하다. 레미콘을 잘 아는 품질관리 실장이 아무리 현장에 가서 설명해도 현장관리자는 저쪽 회사의 레미콘을 타설한 곳은 괜찮은데 왜 너희네 것은 그러냐는 등 갑을(甲乙) 관계로 인해 잘못이 없으면서도 꼼짝없이 변상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럴 때 하소연이라도 하고 조금이라도 면책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찿아 소견서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귀찮은 일이지만 업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므로 필자는 소견서를 써주게 된다. 그런데 소견서는 공사명이나 날짜는 다를지언정 소성수축 균열의 원인이나 대책은 같은 것이므로, 컴퓨터를 잘 다룰지 모르는 필자는 옛날에 작성해 주었던 소견서 문서를 불러내어 덮어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공사명, 연도를 바꾼 다음 날짜를 바꾸어주려고 하는데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연도는 다를지라도 동일한 월 동일한 일에 소성수축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상조건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데, 특히 요즘과 같이 늦은 봄이면 기온은 30℃ 이상 고온을 나타내고, 낮은 상대습도에, 빠른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빨래도 잘 마르지만 콘크리트도 잘 말라 「그 나물에 그 밥」처럼 그때가 되면 그런 현상이 늘 발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성수축 균열문제의 해결은 시공에서 찾아야 한다. 세월이 지나면 기술도 발전하고 의식도 개선되어 이제는 철저한 양생으로 소성수축 균열을 해결할 만도 한데, 언제까지 그때가 되면 그런 균열을 발생시키고, 잘못도 없는 레미콘에게 덤터기를 씌워야 할지 안타까운 일이다. 물을 뿌리기 곤란한 상황이면 비닐 혹은 버블시트를 덮어 주거나 피막 양생제를 살포하기만 하면 소성수축 균열은 막을 수도 있는 방법이 된다. 아무쪼록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 규정된 7일 전후의 초기 양생이 본 고 이후 실무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서 더 이상 소성수축 균열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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