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돌리나?

입력 : 22.04.29 12:28|한천구 |댓글 0

시장 거리를 지나는데 한 가게에서 “뻥 이요”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펑」하고 큰 소리를 내면서 망태기 한가득 튀밥을 튀겨내는 것이었다. 한되 가량의 강냉이를 「뻥튀기용 쇠 통」 속에 넣고, 뚜껑을 막은 다음, 열을 가하며 돌리다가 어느 적정상태가 되면, 막았던 뚜껑을 열어 순간적으로 「펑」하고 튀밥을 튀겨내는데, 10배 이상으로 한 말도 훨씬 넘는 많은 양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만약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뻥튀기용 쇠 통」을 돌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해보지 않아 틀릴 수도 있겠지만, 내부에 강냉이가 쇠에 닿는 쪽은 타고, 위 및 가운데는 덜 익어 「뻥튀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우리가 시내에서 레미콘 운반 트럭을 보게 되면 사진 1과 같이 럭비공 모양의 드럼(Drum)을 회전하면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레미콘 트럭의 드럼을 돌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또한, 돌려서 회전하는 것이라면 적절한 회전수는 얼마가 될지 궁금한 일이 된다. 따라서, 이번 원고에서는 레미콘 운반 트럭의 회전 목적 및 적정 회전수에 대하여 고찰해 본다.

그러면, 레미콘 트럭은 왜 돌려야 하는가에 관한 것부터 알아보자. 먼저 레미콘 산업은 1,903년 독일의 마겐스(J.H.Margens)가 공장형태의 콘크리트 생산설비를 최초로 고안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때에는 생산된 콘크리트를 덤프 트럭으로 운반하였다. 그렇게 되다 보니 시멘트가 굳어지는 엉김현상 및 무거운 것과 굵은입자는 가라앉고 가벼운 것과 미세한 입자는 떠오르는 재료분리(材料分離)가 발생하여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26년 미국에서는 운반 중 회전으로 엉김과 재료분리를 방지하고 혼합하는 형태의 믹서 트럭이 개발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65년 7월 서울 서빙고동에 대한양회(주){후에 쌍용양회 공업(주)로 합병}가 일본에서 배쳐 플랜트 1기, 트럭믹서 15대를 수입함으로써 최초의 레미콘 산업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1,978년 배쳐 플랜트와 믹서 트럭(동아자동차)이 국산화에 성공한 이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오늘에 이르렀는데, 현재에는 외국에 많은 양의 배쳐 플랜트 및 믹서 트럭을 수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에지테이터 트럭
 
 
몇 년 전의 기억이지만, 베트남 호치민시(옛 사이공)에서 레미콘 운반 트럭을 본 적이 있는데, 한국어로 「동아」라고 쓰여진 것이 거리에 다니는 것을 보고 여기가 한국인가? 의심하며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베트남인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어인 한글로 쓴 레미콘 트럭의 콘크리트가 자국민들의 레미콘보다 더 신뢰가 가고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하니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뻥튀기용 쇠 통」을 안 돌리면 튀밥이 되지 않는 것처럼, 레미콘 운반 트럭은 왜 돌리는 것일까? 목적은 2가지이다. 첫째는 엉김 및 재료분리 방지이다. 모래, 자갈인 골재에 시멘트와 물을 넣은 다음 비비게 되면 레미콘이 되는데, 혼합 즉시 굳어져서 강도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혼합해 주지 않으면 시멘트 입자가 뭉쳐져서 엉김(응집) 및 재료분리가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 첫 번째 회전 목적이다.

두 번째로는 혼합의 목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레미콘 운반 트럭은 비빔 성능이 중요한 트럭 믹서(Truck mixer)와는 다른 에지테이터 트럭(Agitator Truck)으로 혼합기능은 없고 엉김 및 재료분리 만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전 원고의 「정직한 레미콘」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계량 및 믹서 내 혼합이 되지 않은 채 에지테이터 트럭에 담아지게 되니 부족한 혼합을 에지테이터 트럭에서 보충해주는 목적도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지테이터 트럭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회전되어야 할까? 미국 쪽에서 제안한 것을 보면 레미콘 공장에서 건설공사 현장까지 운반할 때 총 돌려야 하는 적정 회전수를 70~100회를 요구하고, 300회 이상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더 회전하여 100회 전후(80~120회)를 표준으로 하면 좋을 듯하다. 일례로 에지테이터 트럭은 일반적으로 분당 2~6회를 표준으로 회전하게 되는데, 평균 분당 4회라고 하고(1회전에 15초) 30분을 운반 거리라고 하면 4×30=120회를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직업은 못 속인다’라고 하는 말처럼 거리에서 레미콘 운반 트럭을 보기만 하면 으레 시계를 보면서 분당 회전수를 첵크하게 된다. 옛날에는 한 바퀴 회전에 15초 정도 걸려 분당 4회의 회전수가 가장 많이 보였다. 그런데 요즈음의 경우 내가 본 모든 레미콘 트럭은 30초인 분당 2회이다. 그렇다 보니 1시간 이상 장거리 운반 레미콘은 문제가 없겠지만 40분 이내의 운반 거리라면 80회 미만으로 회전수가 부족하여 혼합의 기능을 보충해주지는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 이유로는 레미콘 운반 트럭의 경우, 차량이 레미콘 회사 소속이었던 것이 레미콘 운반 트럭 한 대마다 각각 사장인 소위 지입차량이므로 유류비 절약, 차량 손상방지 목적일 것이고, 레미콘 생산자 및 구입자는 내용을 잘 모르니 거의 관심이 없음에 의해 빚어진 결과로서 사료 된다.

아무쪼록 이 시간 이후부터 레미콘 생산자, 운반자 및 사용자는 적절한 에지테이터 트럭 회전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적정 회전수를 관리 함으로써 운반 거리에 맞춰 분당 4회전(1회전에 15초) 전후로 변화된 에지테이터 트럭의 회전 모습을 길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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