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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빈곤의 대안, 과학기술이 초래할 인간성 빈곤 또는 부재

기사승인 24-09-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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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0.19%)을 기록한 2022년의 5,167 백만 명에서 50년 후인 2072년에 3,622 백만 명으로 감소하고, 생산인구는 2022년의 3,674만 명에서 2072년에 1,658만 명으로 감소한다. 통계청의 이 같은 전망은 노동현장, 소비현장, 교육현장, 그리고 안보전선에 미칠 인구빈곤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할지를 예견하게 해줌과 동시에, 대책 마련의 경각심을 높여준다. 

인구빈곤의 가시화가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출산 및 양육의 장려를 위한 양질의 환경과 문화 정착, 인센티브와 정책 지원 등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경제적·문화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지역 간 인구 이동 촉진, 이민정책의 활성화, 노동력의 향상과 재배치를 위한 교육 강화, 노동인구의 다변화, 과학기술의 혁신, 일자리의 다양화, 노동환경의 개선, 퇴직연령의 연장 및 퇴직자 참여의 강화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친다.

공동체 사회와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기술적 방안은 인구빈곤 시대를 맞이해 무엇보다 먼저 실천해야 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합성: 주은승 
 
 
인구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 중에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은 역사의 발전과정에 비추어 볼 때 인류의 숙원이자 미래처럼 여겨져 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를 고려해  ‘2022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을 ‘한국판 뉴딜의’ 혁신성장 모멘텀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분야의 △유전자(DNA) 확산 △비대면 인프라 △초연결 신산업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환경 분야의 녹색 인프라 △녹색에너지 △녹색산업, 휴먼(Human) 분야의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 △그리고 사람 투자 등에 33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이 중에서 BIG 3에 대한 6.3조 원 투자는 Post-신산업, 즉 메타버스,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클라우드, 그리고 지능형 로봇 등에 대한 투자로, 인구급감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공백을 대체함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글로벌 4대 제조강국의 지위에 올려놓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목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의 2024년도 시행계획안’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 7월 22일 산업통산자원부는 12개 업종 153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제조업의 생산성·안전성·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획기적인 투자계획을 밝혔다.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올해 20개 안팎으로 시작해 2028년까지 200개 사업으로 확대해 우리나라 제조 현장을 인공지능(AI)으로 탈바꿈한다. 프로젝트에는 과제당 최대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올해 안에 3000억 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R&D) 과제도 준비될 예정이다. 

또, 200대 선도 프로젝트에는 5년 동안 10조 원의 무역금융도 지원되는데, 이를 통해 2030년 제조 현장의 AI 자율제조 도입률을 현재 5%에서 4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국가과학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도 시행계획(안)’을 통해 2023년도 투자액 7조 6795억 원(총 285개 과제)보다 1524억원 증가된 규모로, 16개 중앙행정기관 및 17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사업·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합성: 주은승
 
 
과학기술 혁신이 초래할 인간성 빈곤 또는 부재

인구빈곤의 우려와 동시에, 의존도가 높아질 과학기술은 사용자인 인간과 도구인 과학기술의 관계를 역전시키고 있다. 즉 인간은 과학기술의 창조자이자 운영자이지만, 과학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과학기술 속에 종속되어가며, 불가피하게 존재론적 본질과 가치의 훼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도정일 교수는 ‘만인의 인문학’(시무사, 2021)에서 “지금 우리는 기술에 대한 놀라운 맹목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 기술 덕분에 인간은 신을 능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굴러떨어지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강학순 교수는 ‘존재와 공간’(한길사, 2011)에서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기술의 침투성과 강제성을 ‘몰아세움’으로 해석하며 자연과 인간이 기술세계에 종속되어 자연자원과 인적 자원이 되어간다고 주장한다. 두 인문학자들 모두 동시대 인간들이 과학기술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맞이한 존재의 상실, 존재의 빈곤, 그리고 존재의 부재를 불안과 염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은 인간의 두뇌를 첨단제품의 사용방법을 익히고, 작동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에의 의존도를 높일 경우, 두뇌가 수행하던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과 응용과 저장을 딥런닝(Deep learning)이 대신하고, 두뇌가 기획하고 수행하던 문제해결의 내용과 절차 역시 알고리즘(Algorithm)이 대신한다. 

또한 생산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버트가 생산공정을 주관하며 인간의 육체적 기능을 대신한다.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 인간은 노동의 역할과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존재의 의미와 정의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아직은 각성과 재고의 기회가 남은 듯해 보이지만, 무노동의 행복이 초래할 불행한 미래이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말해주듯, 아직 가시화되지 않을 뿐, 사용되지 않는 부분이 퇴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유능한 두뇌는 망가지면 인간 두뇌와 달리 값싼 부품의 교체만으로도 복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은 창조력을 제외하면 자신들의 두뇌보다 훨씬 더 고용량인 몸 밖의 두뇌에 의존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망가지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두뇌 대신 몸 밖 두뇌의 선호도를 높인다.

인간의 기능적 역할과 설 자리를 과학기술에게 내준 우리는 존재의미와 정의조차 상실한다. 즉 인간은 과학기술의 결과물인 기계의 부품이 되어가고 있다. 과학기술 종사자들도 인간이고, 인간이 기계의 부품을 만들어 조립하거나 교체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일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기계를 위한 최소한의 기여이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인간이 하던 주된 일을 기계가 하는 사회는 ‘기계가 지배하는 사회’나 다름없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기계를 만들어 사용하는 창조자이자 운영자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를 사들여 사용법을 학습하고, 기계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기계의 일부이다. 

인간성 복원을 위한 문제제기

인구빈곤의 해결책으로 과학기술에의 의존도를 높혀가더라도, 그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기계적 가치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것보다 인간의 다양한 감성과 촉감이 살아 있는 존재론적 의미와 정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맛 나는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일상과 일터에서, 과학기술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손가락 끝의 촉감으로 무한 접속과 소통과 업무처리를 가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기능을 전문화한 초인간적 인조인간의 창조를 통해 생산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의존한 우리의 삶이 ‘인간성 빈곤 또는 부재’라는 역효과를 초래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은 과학기술의 의존도를 높여오는 동안 가까운 거리와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입김과 촉감을 서로 주고받을 기회와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이처럼 단절되고 고립된 모습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이유는 과학기술의 생산성과 효율성과 고부가 가치성, 그리고 편리함과 현란함과 다양성에 함몰되어 인간적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우리 스스로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과학기술이 인간 삶과 일터의 양적·질적 개선에 지대한 역할을 해오는 동안,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인간적 가치를 얼마만큼 경감시키거나 빼앗았는지를 이제라도 되새겨 봐야 하겠다.

이영철 시인/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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